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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잘 때 기침, 호흡 곤란 온다면… 수명 단축하는 '이 질환'은? ⑧ [불면에서 숙면으로]
사람은 하루에 약 2만 번 숨을 쉰다. 워낙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일이기에, 우리는 그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런데 이 단순한 호흡조차 점점 어려워지고 결국 수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병이 있다. 바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다. copd는 폐의 구조적 손상으로 인해 숨쉬기가 점차 힘들어지는 만성 질환이다. 지속적인 호흡 곤란과 끊임없는 기침으로 수면의 질이 저하되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병세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쉽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의 질환을 인식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의 13.4%가 copd를 앓고 있었지만 실제로 진단을 받은 사람은 2.4%, 치료를 받은 사람은 2.1%에 불과했다. 즉 10명 중 8명 이상이 자신이 copd 환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서울아산병원)와 함께 copd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불면에서 숙면으로 나아가기 위한 치료법과 일상 속 관리 방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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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의 15~20%가 copd 환자… 실내 공기 질도 주의해야
copd는 유해한 입자나 가스에 장기간 노출되어 기도와 폐포에 손상이 생기면서 다양한 호흡기계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세원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비가역적인 기도 폐쇄, 즉 지속적인 기류 장애로 표현할 수 있다"라며 "기도가 좁아져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모두 어려워지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copd의 주요 원인은 흡연이다. 흡연은 폐 손상을 일으키고 폐와 전신에 염증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소기도 질환과 폐기종이 생기면서 만성적인 기류 제한이 나타난다. 다만 모든 흡연자가 copd를 앓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흡연자의 15~20% 정도가 copd를 앓게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이 없는 환자는 진단이 늦어지고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실제 유병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직업성 물질(유기물·무기물·화학물질·가스·매연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copd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주거지에서 조리와 난방 시 발생하는 실내 공기 오염도 copd 발생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다가 호흡곤란·저산소증 겪기도… 수면 무호흡증 동반 흔해
copd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 곤란, 기침, 가래이다. 특히 수면 중에는 이러한 증상이 환자를 더욱 괴롭힌다. 이세원 교수는 "호흡 곤란은 copd의 핵심 증상이므로 야간 저산소증을 유발하여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침은 모든 copd 환자에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기관지 과민성이나 천식이 동반되었거나, 만성 기관지염이라는 copd 표현형을 보이는 환자는 가래를 동반한 기침으로 야간 수면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도 copd 환자의 수면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 교수는 "수면무호흡증과 copd는 모두 연령 증가에 따라 발생률이 높아지는 질환이므로 노화 과정에서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수면무호흡증이 copd 환자에게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수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소포화도 88% 이하 지속 시 수명 단축 위험
수면 중에 발생하는 저산소증은 수면 장애를 넘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저산소증이 지속되면 말초 혈액의 산소 공급에 지장을 주고 혈액 순환을 저하시킴으로써 여러 장기의 기능을 저하시키게 된다. 이세원 교수는 "저산소증은 copd 환자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대표적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며, "만성 호흡기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88% 이하로 떨어진 상태가 길어질수록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970년대 후반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edical research council)에서 실시한 '만성폐쇄성폐질환에서의 산소치료(oxygen therapy in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연구에 따르면 70세 미만 copd 환자 87명을 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하루 최소 15시간 산소요법을 받은 군은 42명 중 19명이 사망한 반면, 산소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45명 중 30명이 사망했다. 이 연구는 장기간 산소치료가 수명 연장에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저산소증은 copd 환자의 생존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흡입제 중심 약물치료와 호흡재활로 copd 증상 완화
copd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의 핵심은 흡입제 사용이다. 이세원 교수는 "자율신경계 약물을 흡입하면 기도가 확장되는 효과가 있다"며, "약물을 경구로 복용할 경우 심박수 증가, 구강 건조, 배뇨 장애 등 전신 자율신경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흡입 방식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흡입제를 통한 기관지확장제 투여는 경구 투여에 비해 효과가 즉시 나타나며 부작용이 적다. 천식을 동반하거나 혈중 호산구 수치가 높고, 혹은 흡입 기관지확장제 사용에도 증상이 심하거나 급성 악화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흡입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병용할 수 있다.
비약물치료로는 금연, 산소치료, 호흡재활이 있다. 이 교수는 "호흡재활은 호흡법과 가래 배출법, 팔다리 근력 및 호흡근 강화 운동을 통해 숨 가쁨 증상을 완화하고 일상생활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증 환자에게는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폐용적 축소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copd 악화를 막는 행동 수칙 5
copd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고 숙면하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 예방과 증상 완화를 위한 행동 수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세원 교수는 "우리 연구팀은 우리나라 성인을 대상으로 1년간 추적한 두 차례의 대규모 연구를 통해, 실내 미세먼지 감소와 관련된 생활 습관들이 copd 증상 완화에 분명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바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2023년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이세원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copd 환자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생활 수칙으로 다음의 5가지를 제시했다.
① 24시간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고 필터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실내 미세먼지를 낮춘다.
② 매일 대기오염 예보를 확인하여 당일 대기 상태를 파악한다.
③ 미세먼지가 적은 시간에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④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외출을 자제한다.
⑤ 처방받은 흡입기를 규칙적으로 사용하여 copd 치료를 지속한다.